- 대한상의 보고서 … “수출급감(1~9月 -7%)에도 K-뷰티, K-푸드, K-전자 두자리수 수출”
- K-뷰티群(53%↑): 눈화장품, 립스틱, 비누, 스웨터 … “창조적 차별화 주효”
- K-푸드群(24%↑): 우유, 분유, 맥주, 김, 느타리버섯, 담배 … “철저한 현지화로 신뢰구축”
- K-전자群(24%↑): 반도체장비, SW, 전기밥솥 … “다각화보다는 전문화”
-15.8%(10월 전년동기대비 수출증가율). 6년여만에 가장 큰 폭의 수출쇼크에도 두자리수 대박행진을 이어가는 업종들이 있어 산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가 16일 발표한 ‘최근 수출호조업종의 특징과 시사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1~9월) 수출이 평균 –6.6%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도 전체 730개 품목(수출 1천만달러 이상)중 175개 품목은 5%이상의 수출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었다”며 “이같은 ‘역주행’ 품목을 유형별로 묶어보니 K-뷰티(beauty), K-푸드(food), K-전자 3가지로 요약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눈화장품(36.9%), 립스틱(30.9%), 비누(61.2%), 샴푸(74.1%, 이상 화장품류), 언더셔츠(7.2%), 스웨터(6.5%, 이상 의류) 등 K-뷰티제품群은 평균 53.0% 증가했고, 우유(13.3%), 분유(38.0%), 맥주(14.9%), 쇠고기(36.4%), 김(15.7%), 빙과류(8.2%), 담배(35.2%) 등 K-푸드제품群은 24.2%, 무선통신기기부품(28.8%), 반도체장비(17.5%), 소프트웨어(10.5%), TV카메라(64.5%), 전기밥솥(9.7%) 등 K-전자群은 24.1% 증가했다.
보고서는 “3가지 제품군은 산업특성에 맞게 독특한 방식으로 세계인의 취향을 저격한 제품들”이라며 “교역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전체 교역량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 그들의 성공비결을 눈여겨봐야 할 때”라고 소개했다.
‘창조적 차별화’ K-뷰티 … 쿠션, BB, 마스크팩, 한방샴푸 등
먼저, 기술개발을 통한 제품 차별화와 한류 문화 콘텐츠가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K-뷰티 성적표가 눈에 뛴다. 전체 화장품 수출액을 봐도 최근 3년간 124.4% 증가했을 정도다.(7.9억 달러(11년) → 17.9억 달러(14년))
대한상의는 “K-뷰티의 성공비결을 한단어로 정리하라면, ‘창조적 차별화’를 꼽을 수 있다”며 “쿠션, BB크림, 마스크팩, 한방샴푸 등 다양한 제품들을 창조적으로 만들어내 세계인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몇 년전 한 기업(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인 ‘쿠션’은 세계인의 화장문화를 바꿔 놓았다. 에센스, 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등 기초화장품을 특수 스펀지에 한데 모아 툭툭 찍어 바르는 것으로 화장을 마무리하는 쿠션이 아시아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올 1월에는 프랑스 명품기업(크리스챤 디올)과도 쿠션 기술력 교류를 갖는 등 유럽 명품브랜드 시장에서도 ‘원조’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기업들은 유럽이 강세를 보이는 색조화장품 대신 기초화장품에 집중해 BB크림, 프리미엄 마스크팩, 한방재료를 사용한 화장품·샴푸 등을 잇따라 만들어내고 히트시켜 창조적 차별화를 계속 이어갔다. 송백훈 성신여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황금색 용기, 주사기 모양 마스크팩 등 소비자들이 사고 싶게 만든 제품 디자인 차별화도 중요한 성공포인트”라고 덧붙였다.
‘바르는’것 뿐 아니라 ‘입는’제품도 대세다. 김수현, 수지, 엑소, AOA 등 한류스타들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활용한 패션기업의 수출실적도 돋보인다.(바지․스커트 51%, 언더셔츠 7% 등) 대중국 전자상거래수출(역직구)의 65%를 의류가 차지할 정도다
‘철저한 현지화로 신뢰구축’ K-푸드
둘째는 ‘철저한 현지화로 신뢰구축’ 전략으로 수출시장을 공략한 K-푸드다. 국내산 우유와 분유가 대표적 사례로 2008년 중국의 멜라닌 분유 파동후 신뢰도 높은 유제품으로 자리잡았다. 다소 비싸지만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며 지난 3년간 수출액이 190% 증가했다.(3천7백만달러(11년) → 1억7백만 달러(14년)). 최근 중국의 한자녀 정책 폐지는 수출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조성훈 연세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중국의 한자녀 정책 폐지로 단기적으로 유아·어린이, 중장기적으로는 청소년·학생 대상 산업이 빛을 발할 것”이라며 “영유아 용품부터 어린이 교육시스템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관련 수출이 크게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맥주수출도 인상적이다. 우리 교민들에게만 일부 팔려온 한국산 맥주가 현지화 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맥주수출의 65%를 이끌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철저한 현지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한국맥주는 고품질’이라는 신뢰를 구축했다”며 비결을 공개했다. 해당업체 맥주는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몽골, 홍콩 외에 미국, 호주, 중국, 이라크 등 다양한 국가에 진출하며 7년새 수출실적이 4배나 급증했다.
농산품은 규격화로 주목받고 있다. 새송이 버섯 수출로 연간 1천만 달러어치를 팔고 있는 회사 대표는 “성공비결은 품종과 모양, 색깔의 규격화”라며 “품질 관리도 철저히 해 중국, 대만산 버섯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우물 전략’ K-전자 … ‘밥솥 외길’ 5년새 3배 증가
마지막은 중소기업 성공전략으로 종종 언급되는 ‘다각화보다는 전문화’전략이다. 무선통신기기부품, 반도체장비, 전기밥솥 등 K-전자 수출공략비법이 그 사례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제거용 ‘플라즈마 클리너’ 생산에 20여년간 집중해 왔다는 기업의 한 관계자는 최근 수출호조 비결에 대해“전체 임직원의 30%를 R&D 인력으로 채우며 품질제일주의를 표방해 지금은 세계 120여개 기업에까지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중국, 미국에 해외공장을 설립했는데, 국내 반도체가 약진하면서 제조용장비 수출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전제품 수출이 어려운 가운데 전기밥솥의 선전도 돋보인다. 압력밥솥에 전자레인지식 가열방식을 접목시켜 밥맛을 인정받았는가 하면, 밥솥하나로 죽, 탕, 찜까지 조리가 가능하도록 해 중국, 동남아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실제 2000년만 해도 1천7백만달러에 불과하던 전기밥솥 수출은 5년새 약 3배 증가했다. 지금은 유커(遊客: 중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호주, 일본까지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수출절벽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수출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두자리수 성장을 지속하는 업체들도 꽤 많다”며 “이들 기업에 대한 성공포인트를 면밀히 분석하면 새로운 수출동력을 찾는데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의 수출품목(MTI 6단위 기준 1,221개)중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1천만달러 이상 수출품목 730개를 추려내 분석됐다. 730개 품목의 올해(1~9월) 수출증가율을 계산해 보니, 175개는 5%이상의 증가세를 보였고, 66개 품목은 0~5% 증가, 나머지 489개 품목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상의는 전했다.